- 근대성의 총체를 모두 파악한다면, 파악하는 영혼이 절대정신(?)이 되어야 할만큼 복잡다기한 내용이겠지만 사상적으로는 단순한 이야기다. 짧게 요약한다면, 신학을 제거한 빈자리에 이성의 보편성을 기반으로 절대적 질서를 구현하려는 합리화의 경향과 루터가 발견한 개인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해체의 도구로 삼은 주체화의 경향이 혼재된 것이 근대 사상이다.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이 보여주는 ‘질서의 세계'와 '단절된 개인으로서 의심하고 해체하는 주체'가 보여주는 이질적 대상의 강제적 결합이라고 할까. 이는 홉스의 절대적 권력과 로크의 사유재산의 대립이기도 하고, 루소가 분열적으로 보여주는 의 일반의지와 에서 나타나는 실존주의적 루소(루소 이외에는 아무도 루소를 이해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의 대립이기도 하다. 하지만 ..
세상에는 ‘게임비평'이란 장르도 있다. 게임 잡지는 폐간되었고 게임기자는 멸종했으며, 게이머가 아닌 유저가 소멸했음에도 장르는 남아있다. 그렇지만 불임의 장르다. 장르를 아는 이도 없지만 무엇보다 비평을 조금도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그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유물이 남아있다. 박상우의 가 그렇다. 이 책에는 게임에 대한 짧은 에세이들이 연달아 쓰여 있다. 하지만 감상이 간단하지 않다. 하여 이 책의 인상을 전달하는 방법은 한 대목 골라 인용해보는 것이다. 나는 를 골랐다. 너의 세계관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던지던 시절이 있었다. 대답에 따라 스무 살을 갓 넘은 어린 청년들이 친구와 적으로 나뉘었다. 자기가 가진 세계관을 칼날처럼 갈아놓는 건 대단한 자랑거리였고 중요한 과업이..
김남우 번역본 을 읽다가 몇 가지 확인할 것이 있어서 (이수영, 동녘, 2011)을 뒤적뒤적 했다. 그러다 새삼 이 무척 괜찮은 입문서이자, (입문서로서의 질과 별도로) 아주 별볼일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의 니체 붐(?)은 새로운 니체전집이 간행된 것을 기점으로 수유+너머의 영향이 지대했고, 이들이 주도한 니체 붐에는 니체를 ‘삶의 멘토’로 불러내려는 시도가 일관되게 관철되어 있었다. 가령, “삶에 환멸을 느끼고 절망하고 있다면 니체를 권하고 싶다. 니체는 아무런 희망도 없는 겨울 속에서 겨울의 극복을, 회복기의 따뜻함을, 되돌아온 활력을 전해주는 철학적인 의사이기 때문이다.”(명랑철학, p7) 같은 구절은 어떤가?그러나 유고를 제외하고 니체가 정식 출간한 책만 살펴보더라도, 인간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