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닿아 존경하는 벌린 선생님의 저작 (석기용 옮김, 필로소픽, 2021)의 새 번역본 교정 작업에 참여한 바 있다. 벌린 선생님의 번역문을 꼼꼼이 들여다보고 의견을 덧붙인 일은 차분하고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는 지금 읽을 필요보다 곧 절판될 것이기 때문에 구입한다는 어떤 분의 포스팅을 보고 한참 웃었는데, 솔직히 맞는 이야기다. 교정 의견서를 보낸지도 한참 시간이 지났고, 포스트가 계기가 되어 웃으며 블로그에 옮겨 놓는다. (다만, 이 교정 내용은 첫 교정때의 원고라 현재 출간된 최종 판본의 텍스트와는 다르다. 원 번역문이 약간 이상해 보여도 역자 선생님이 여러 번 교정할 것을 전제해 '일단 번역해 놓은' 부분도 있으니, 포스트를 읽는 분은 역자 선생님이 번역을 엉망으로 했다고 생각해주지 않으시면 ..
안녕하세요. 독서모임 진행하는 빵가게제빵사입니다.: ) ' 읽기 모임'에서 저자와의 만남, 북토크를 준비했습니다. 첫 시간으로 감정사회학을 매개로 신간 을 펴낸 저자 김신식 선생님을 모십니다. 저자 김신식 선생님은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시각문화연구를 전공하고, 한 명의 직장인으로서, 연구자로서, 그리고 산책자로서 사람과 사회를 응시하며 자신의 작업을 다듬어 오신 분입니다. 종종 감정사회학이란 이름으로 내보이던 결과물을 이번에 확장하고 종합하여 으로 출간하였습니다. 읽은 사람이 동의하듯, 이 책은 순간의 감정을 세심하게 들여다보지만 문학적 에세이가 아닙니다. 위로를 건네지만 힐링서의 상투성을 지니지 않습니다. 권력과 위계가 촉발하는 감정의 주고받음과 그것이 만드는 풍경을 사회학을 배경삼아 그리지만, 연..
읽기 모임이 끝났다. 짧은 후기.읽기 모임은 일주일에 한번씩 2시간 정도 진행했다. 참가자는 총 12명으로 시작, 최종 참가자 8명으로 마무리. 우려했던 것보다 이탈자가 많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대부분 성실하게 참가해 주셨으며, 매 시간마다 다채로운 이야기를 해 주셨다.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의문스러웠던 점들을 해소할 수 있었고, 깊은 독해 끝에 나온 이채로운 해석에 감탄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매 시간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총평하자면, 독서모임은 모두에게 유익했다.의 최종 견적은 다음과 같다. 저자 마크릴라는 6명의 지식인 약전을 통해 1) 반론과 회의를 허용하지 않는 일자적 진리를 정치 영역에 도입하여 정치사회에 대한 고려없이 무조건 뜯어고치려는 시도와 2)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변화가 아니라 일거에..
안녕하세요! 마크 릴라의 이 출간된 걸 기념삼아 '독서모임'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모임의 성격은 이렇습니다. "책을 통해 비전과 사유와 깨우침을 '그다지 얻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슬렁슬렁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한다." 노파심에 한 번 더 강조합니다. "책을 통해 비전과 사유와 깨우침을 그다지 얻고 싶지 않은" 독서인들의 모임입니다. 사유와 비전과 깨우침을 얻고 싶은 분들은 비전을 단박에 획득했다는 계시적 수업이나, 숭고한 진리를 위해 인생을 바치라는 모임에 찾아가시면 되겠습니다. 이 모임은 그런 걸 추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모임은 어떤 모임일까요? 어떤 책에 관심이 있는데, 혼자 읽기는 좀 심심하고, 그냥 넘겨보니 약간 어렵기도 해서 다른 사람과 같이 읽고 묻고 답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을 ..
어떤 계기로 특정 계열의 책들을 훑어보았다. 속류 포스트 모더니스트(쓰는 용어만 보면 속류 들뢰지언이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해 보이기는 하나, 정확하게 이 사람들이 뭘 읽고 이렇게 말하는지 알 도리가 없으므로 속류 포스트 모더니스트로 묶는다)라고 분류할만한 이 사람들 책은 비슷비슷하다. 새로운 비전, 사유, 삶을 강조하는 이 책들의 핵심은 '생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아닐까. "내가 쓴 이 글이 숨 막히는 세상에 청량한 바람 한줄기 위안이 되는 것도 좋지만, 사막을 옥토로 만들 물음의 씨앗을 품고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질문하는 글'은 '생성하는 삶'으로 이어진다." - 은유, , 메멘토. 2015. 번역해보자. 글쓰기는 위안이 아니다. 글쓰기는 사막처럼 황폐해진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