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고갱님이 약속을 펑크내어 일찍 퇴근. 참새 방앗간 못 지나친다고 동네 서점에 들렀다가 펼쳐 본 책은 토마스 프랭크, (고기탁역, 열린책들, 2018). 핵심만 요약하면, 트럼프 당선을 불러온 민주당은 일반 노동계층의 삶을 개선하려는 전통적인 의제를 잃은 것도 모자라 아예 배반하고 말았다는 것. 테크노크라시와 능력주의에 기대 노동계층과 완전히 유리되어 돈많은 강남좌파의 진보연 놀음에 집착하다가 구제불능의 수준까지 갔다는 것. 손쉽게 읽히고 상당히 스피디해서 생각없이 집어들었다가 반까지 홀라당 읽어버리고 말았다. (난 고기탁씨 번역을 좋아한다. 유려하다.) 와 연결시켜 이야기하면, 마크 릴라가 이야기했던 '시민적 의제'를 '일반 노동계층의 이익 도모'로 치환해서 읽을만한 시의적절한 책이다. 신문 사회면..
넷상에는 문재인 재기해를 둘러싼 아수라장이 펼쳐져 있고, 이병헌과 김태리의 로맨스에서 진정한 '나의 아저씨'를 발견했다는 환희(?)의 목소리가 나타나고 있는데, 나는 한가롭게도 '인문학'에 대한 아티클 몇 개를 읽고 있다. 아무려나. 지금 드는 생각은, 끝났다는 신호가 확연해진 (정체모를) '인문학'이란 걸 누군가 정리할때가 되지 않았냐는 것이다. 태동은 불분명한데(나는 수유너머 및 여러 인문학 연구 모임들이 발단이 아니었냐고 추측한다.), 이지성의 로 촉발되고, 채사장의 으로 끝난,(그리고 이 둘은 명실상부한 '인문학'의 승자들이다. 판매부수를 보시면 된다. 물론 50년 후에도 자기만 남을 강 철학자께서 계시긴 하죠.) 이 기묘한 유행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인문학이..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의 민주주의도 아닌) '민주주의 자체'가 문제다, 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는데 보고 있으면 꽤나 얄밉다. 소련의 해체 이후, 역사는 끝났다며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민주정)를 무지막지하게 들이대면서 자본주의 유토피아를 건설하려고 전세계에 고통을 강제했던 미국이, 이명박도 503도 아닌 트럼프 당선 이후에야 저런 소리를 하고 있는 걸 보면 위선도 저런 위선이 없지 않나 하는 생각부터 든다. 아무려나. 이 계보 중 근래에 소개된 저작으로 존 던의 , 를 들 수 있다. 곧바로 이어지는 책은 뜻밖에도 티머시 스나이더의 . 나치시대와 홀로코스트를 연구한 역사학자의 저작이라 그런지 두려움이 지나치다고 할까. 바이마르 공화국이 히틀러의 파시즘으로 내달았던 역사를 환기시키면서 민주주의가 지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