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Short Comments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들...

빵가게제빵사 2018. 7. 13. 21:28

오늘 고갱님이 약속을 펑크내어 일찍 퇴근. 참새 방앗간 못 지나친다고 동네 서점에 들렀다가 펼쳐 본 책은 토마스 프랭크, <<민주당의 착각과 오만>>(고기탁역, 열린책들, 2018). 핵심만 요약하면, 트럼프 당선을 불러온 민주당은 일반 노동계층의 삶을 개선하려는 전통적인 의제를 잃은 것도 모자라 아예 배반하고 말았다는 것. 테크노크라시와 능력주의에 기대 노동계층과 완전히 유리되어 돈많은 강남좌파의 진보연 놀음에 집착하다가 구제불능의 수준까지 갔다는 것. 손쉽게 읽히고 상당히 스피디해서 생각없이 집어들었다가 반까지 홀라당 읽어버리고 말았다. (난 고기탁씨 번역을 좋아한다. 유려하다.)


<<더 나은 진보를 상상하라>>와 연결시켜 이야기하면, 마크 릴라가 이야기했던 '시민적 의제'를 '일반 노동계층의 이익 도모'로 치환해서 읽을만한 시의적절한 책이다. 신문 사회면과 SNS에서는 매일 워마드의 혐오행동과 백래쉬로 시끄럽지만, (아주 거칠게 말해서) 그런 건 지엽적인 문제다. 정말 시급한 문제는 급격히 떨어진 고용자 수와 벼랑끝에 몰린 자영업자들, 그리고 끊임없이 나타날 구조조정 대상들(즉 실업자들)에게 느껴질만한 실질적 부의 분배와 내수 시장의 활성화다. 이를 이루어내지 못하면, 문재인 정부도 끝장이다. 역으로 말해, 현재 워마드나 일베같은 혐오행동 사이트들도 분배가 이뤄지고 내수가 활성화되면 급격하게 축소될 수 밖에 없다. 현재의 혐오행위는 사회가 약속한 '정상적 삶'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반동, 판카지 미슈라의 용어를 빌려, '원한' 행동에 지나지 않으니까.


책은 루즈벨트 이후의 민주당 역사를 빠르게 조망한 후, 클린턴과 오바마 행정부가 어떻게 '진보연 놀음'을 했는지 보여주고 있는데, 충분히 반면교사로 삼을만하다. 이 책이 보여주는 교훈은 이런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슨 이슈가 등장할때마다 모든 기사 끝에 등장해 시덥잖은 한마디를 던지는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가 아니라는 것. 우리에겐 다른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 그들은 정당구조와 지배이념, 경제적 분배를 연결시켜 대중에게 설명하고, 무엇을 중심의제로 삼아 정부를 압박해야 할지 선택하게 할 '진지한 사람들'이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