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케네스 미노그의 <<정치>>. 며칠 간 띄엄띄엄 읽다가 완독. 아우 재미있어라. 이 분 저작을 더 읽어보고 싶다. 그런데 번역된 책이 없다. 동일 저자의 이름으로 <<숲으로 보는 정치학>> 이란 책이 있는데 같은 저자인지 모르겠다. 절판이라 대출해보려 했더니 남산이나 종로 도서관 서고에 있다는 소식. (두둥!)


책에 대해 단평하자면, VSI의 기본 취지에 충실하게도 '교과서' 같은 책이다. 교과서 같은 책은 두 종류다. 하나는 설명이 충실해서 교과서만 잘 읽어도 공부가 되는 책. 다른 하나는 문장이 압축적이고 밀도가 높아서 선생이 설명하지 않으면 이해가 안 되는 책. 이 책은 후자다. 따라서 독학(?)에는 적당하지 않다. 하지만 열정적인 아마추어라면 저자가 언급하는 책을 읽으며 주요 논지를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그 후에 전체를 요약/개괄하는 문장을 읽으면 내심 감탄하게 된다. 그러니까 이런 문장 말이다.


"그리스의 정치철학은 폴리스가 어떤 의미에서는 자연적이고 다른 의미에서는 작위적인 것임을 인식하며 그 양자의 긴장을 고찰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무슨 뜻인지 알아보자. 여기서 자연적이란 피직스를, 작위적인 것은 노모스를 뜻하는데, 그리스인들은 피직스가 인간이 따라야 할 기본 원리/진리로 이해했기에.... 그만 알아보자. 아무려나, 이런 문장들은 감탄을 불러일으키지만, 동시에 좌절감도 안긴다. 어떻게 이런 평이한 용어로 핵심을 콕 집어내는 문장을 만들었지? 정치학 관계자가 되지 않은 걸 행운으로 여기자.


케네스 미노그의 책은 동문선에서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이름으로 번역된 바 있다. 직역투에 거의 이해가 안되는 번역문으로 점철되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반면, 공진성 선생이 번역한 교유서가 판본은 유려한 번역으로 자연스럽게 읽힌다. 내용도 훌륭하다. 올해의 책이 될만한 포맷은 아니지만, 읽는 독자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책임은 분명하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