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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마크 릴라의 <<분별없는 열정>>이 출간된 걸 기념삼아 '독서모임'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모임의 성격은 이렇습니다. "책을 통해 비전과 사유와 깨우침을 '그다지 얻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슬렁슬렁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한다." 노파심에 한 번 더 강조합니다. "책을 통해 비전과 사유와 깨우침을 그다지 얻고 싶지 않은" 독서인들의 모임입니다. 사유와 비전과 깨우침을 얻고 싶은 분들은 비전을 단박에 획득했다는 계시적 수업이나, 숭고한 진리를 위해 인생을 바치라는 모임에 찾아가시면 되겠습니다. 이 모임은 그런 걸 추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모임은 어떤 모임일까요? 어떤 책에 관심이 있는데, 혼자 읽기는 좀 심심하고, 그냥 넘겨보니 약간 어렵기도 해서 다른 사람과 같이 읽고 묻고 답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모임입니다. 1) 책을 선정해 챕터별로 요약하고, 2) 자기가 맡은 부분은 발표하고, 3) 발표한 글을 검토하면서 참가자들 모두가 묻고 답하고 이야기하고, 4) 마지막으로 뒷풀이를 하는 모임입니다. 책을 읽고, 글쓰기도 해보고, 새로운 사람과 만나고, 친분도 만듭니다. 요컨데, 삶의 풍경으로 스쳐 지나가는 독서모임입니다. 대단한 유익함을 추구하지 않고, 엄청난 배움을 기대하지 않으며, 인생을 바꿀 만남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평이하게 읽고, 쓰고, 만나고, 이야기하기를 바랍니다. 사실 독서모임이란 건 이런 것 아닐까요?

하여 진리가 아닌 풍경으로 책을 대하고 읽고 이야기를 나눌 분들이 오시면 좋겠습니다. 전문지식은 필요없으며, 글을 잘 쓸 필요도, 빼어난 논리력도, 핵심을 꿰뚫는 통찰력도 필요없습니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생각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물론, 배움도 깨달음도 비전도 없다면 책은 왜 읽는 것이며, 독서모임은 왜 하는 것이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답은 이렇습니다. 영화잡지를 일 년간 꾸준하게 읽으면, 명료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뭔가 남습니다. 그것이 영화에 대한 취향을 만들고, 생각을 바꾸며, 비평적 감성도 길러줍니다. 그 결과 영화를 감상하는 과정을 조금은 다르게 만들고 약간 흥미롭게 만들지요. 책도 똑같습니다. 1년 정도 꾸준히 읽다보면 뭔가 남습니다. 그것이 살아가는 풍경을 조금은 다르게 만들고 약간 흥미롭게 만들지요. 그뿐입니다. 그 외 얼토당토 않는 의미부여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배움과 깨달음과 비전을 추구하지 않으면서도 책은 읽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이번에 선정한 마크 릴라의 <<분별없는 열정>>은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논쟁적인 책입니다. 릴라는 하이데거, 슈미트, 벤야민, 코제브, 푸코, 데리다(라는 어마무시한 학자들)의 사상과 생애를 검토하면서 글을 이어갑니다. 솔직히 말하면 질타하죠. 마크 릴라는 지식인들이 정치적인 것에 대한 사려깊음을 망각하고 정치에 뛰어들어 학문과 정치를 타락시키는 과정을 그려내고, 이를 매서운 언어로 비판합니다. 하여, 독자는 의문을 품게 되죠. 왜 이렇게 비판적일까? 학자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이용하여 정치에 뛰어들어 실현시키면 더욱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왜 저자는 그런 일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할까? 최종적으로 독자는 저자가 이야기하는 '정치적인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이것이 책의 묘미입니다. 세기를 풍미했던 사상가들의 생애를 엿보고 그들이 벌인 정치적 우행을 목도하며 정치적인 것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게 하는 것. 그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절묘하게 짜여 있습니다. 저자는 독자가 질문을 던지며 따라오도록 능숙하게 책을 구성했으며, 빼어난 서술로 눈길을 사로잡죠. 요즘에 만나보기 어려운 수작입니다. 책을 읽고 나면 이보다 수준낮은 책으로는 돌아가기 힘들며, 질문에 답하기 위해 다른 텍스트를 집어들게 됩니다. 이것이 이 책을 선정한 이유입니다. 약간 품이 들지만 시간을 내어 정독하면 그만한 가치를 되돌려주는 책입니다.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 분별 없는 열정>> 읽기 모임을 시작합니다. 관심있는 분들 참여해주시길 부탁합니다. 함께 읽어요~~~~~!


기간 : 2018년 10월  6일 ~ 11월 24일.  주말, 주 1 회 2시간씩. (시간조절가능)

위치 : 서울 양천구,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 근처. 

과정 : 매 시간마다 챕터별 발표자가 있으며, 발표자는 챕터에 대한 독후를 작성. (A4 두 페이지 이상) , 나머지 참가자 역시 독후 작성 (A4 반 페이지 이상), 매 시간에 발표자가 발표한 후 참가자들이 발표문이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음. 발표문에 대한 비판적 논평도 가능하며, 책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도 가능함. 별도로 더 준비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가능함. 책과 발표문에 대한 논평과 대화가 모두 끝나면 모임 종료. 뒷풀이.

일정 

1회차 : 모임소개, 참가자 소개, 모임 진행방법 소개.

2회차 : 챕터 1 마르틴 하이데거

3회차 : 챕터 2 카를 슈미트

4회차 : 챕터 3 발터 벤야민

5회차 : 챕터 4 알렉상드르 코제브

6회차 : 챕터 5 미셸 푸코

7회차 : 챕터 6 자크 데리다.

8회차 : 이번 독서 모임 마무리. 다음 독서 도서 선정.


마감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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