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닿아 존경하는 벌린 선생님의 저작 (석기용 옮김, 필로소픽, 2021)의 새 번역본 교정 작업에 참여한 바 있다. 벌린 선생님의 번역문을 꼼꼼이 들여다보고 의견을 덧붙인 일은 차분하고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는 지금 읽을 필요보다 곧 절판될 것이기 때문에 구입한다는 어떤 분의 포스팅을 보고 한참 웃었는데, 솔직히 맞는 이야기다. 교정 의견서를 보낸지도 한참 시간이 지났고, 포스트가 계기가 되어 웃으며 블로그에 옮겨 놓는다. (다만, 이 교정 내용은 첫 교정때의 원고라 현재 출간된 최종 판본의 텍스트와는 다르다. 원 번역문이 약간 이상해 보여도 역자 선생님이 여러 번 교정할 것을 전제해 '일단 번역해 놓은' 부분도 있으니, 포스트를 읽는 분은 역자 선생님이 번역을 엉망으로 했다고 생각해주지 않으시면 ..
사적인 시야로 함몰된 인간의 행위(참조 : 를 읽고 사적인 전망의 허약함에 대해 생각하다. https://bakereattack.tistory.com/category/Reviews?page=2 )는 때로 극단적인 참사를 불러온다. 나치 시대를 다룬 책 중 마지막으로 펼쳐 본 것은 유대인 학살의 현장을 기록한 (크리스토퍼 R. 브라우닝, 이진모 역, 책과함께, 2010)이었다. 이 책에는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차출돼 온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학살자로 변모해 갔는지 생생히 기술되어 있다. 101 경찰대대의 구성과 최초의 학살 독일은 2차 대전 후반에 들어서면서 점령지를 담당하기 위해 대규모 경찰병력을 투입한다. 이들은 치안과 군사적 업무를 담당한 준군사적 조직이었다. 낙오된 적군을 체포하고, 남겨진 무..
안녕하세요. 독서모임 진행하는 빵가게제빵사입니다.: ) ' 읽기 모임'에서 저자와의 만남, 북토크를 준비했습니다. 첫 시간으로 감정사회학을 매개로 신간 을 펴낸 저자 김신식 선생님을 모십니다. 저자 김신식 선생님은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시각문화연구를 전공하고, 한 명의 직장인으로서, 연구자로서, 그리고 산책자로서 사람과 사회를 응시하며 자신의 작업을 다듬어 오신 분입니다. 종종 감정사회학이란 이름으로 내보이던 결과물을 이번에 확장하고 종합하여 으로 출간하였습니다. 읽은 사람이 동의하듯, 이 책은 순간의 감정을 세심하게 들여다보지만 문학적 에세이가 아닙니다. 위로를 건네지만 힐링서의 상투성을 지니지 않습니다. 권력과 위계가 촉발하는 감정의 주고받음과 그것이 만드는 풍경을 사회학을 배경삼아 그리지만, 연..
얼마 전 (막스 베버, 박상훈 역, 후마니타스, 2013)를 다시 읽었다. 새로 구한 책을 다시 읽는다고 표현 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에 대한 인연이 길기 때문이다. 대학을 다니면서 김진욱 번역본(범우사)을 읽었고, 졸업하고 나서는 이상율 번역본(문예출판사)으로 읽었으며, 몇 년 전에는 전성우 번역본(나남)을 구해 다시 읽었다. 그리고 이번에 박상훈 번역본으로 읽었으니 횟수로만 치면 네 번째가 된다. 왜 똑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대답할 말은 없다. 굳이 한 가지 이유를 대자면 어떤 구절에 공명했기 때문이라고 할까. 그 구절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독일의 모든 정당이 보여주고 있는 지극히 소시민적인, 지도자에 대한 적대감은 향후 정당을 어떤 형태로 만들어가야 할지 또 아직 어떤 가..
을 읽었다. 이 책의 미덕이라면 겸손함이다. 그러니까, 고전을 다루면서도 고전적 해석을 내걸지 않고, 획기적 해석을 시도하지 않으며, 소설이 은유하는 삶을 과장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입에 넣고 굴리는 생율같다고 할 수 있다.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삼킨 후에 잔향이 입에 남는다. 시간이 지나면 떠오르고 음미하게 된다. 그런 책이다. 나는 이 책이 문체나 사고, 진행방식의 특출함으로 어필하는 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체/사고/진행방식 모두 평이하다. 오히려 이 책은 자신의 장점, 그러니까 겸손함의 매력을 다른 곳에서 구현하고 있다. 그것은 조합이다. 오늘은 이걸 이야기해 보자. 그러기 위해 나는 12장 를 고르겠다. 에는 세 가지 층위가 존재한다. 하나, 범용한 독자와 저..